본문 바로가기
손자병법

[손자병법 허실편 2] 비어 있음과 차 있음의 역설

by moonjaseup 2025. 4. 18.
목차

▣ 들어가는 말


▣ 본문


▣ 마무리

비어 있음과 차 있음의 역설
비어 있음과 차 있음의 역설


▣ 들어가는 말

우리는 ‘보이는 것’에 너무 쉽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상대가 크고 강해 보이면 움츠러들고 자신이 준비되었다고 느끼면 무리하게 앞서 나가기도 하죠. 하지만 손자병법은 정반대의 통찰을 던져줍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자는 힘이 센 자가 아니라 허와 실을 꿰뚫어보며 기민하게 움직이는 자라고 말합니다.

<허실편>은 전략의 정수를 담고 있는 장으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길을 보여줍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부분을 중심으로 고전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해석해보고 일상 속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본문

1. 원문과 해설

원문

行千里而不勞者, 行於無人之地也. 攻而必取者 攻其所不守也.
(행천리이불로자 행어무인지지야 공이필취자 공기소불수야)

守而必固者, 守其所不攻也.
(수이필고자 수기소필공야)

故善攻者, 敵不知其所守, 善守者, 敵不知其所攻.
(고선공자 적부지기소수 선수자 적부지기소공)

微乎微乎, 至於無形, 神乎神乎, 至於無聲, 故能爲敵之司命.
(미호미호 지어무형 신호신호 지어무성 고능위적지사명)

進而不可禦者, 衝其虛也, 退而不可追者, 速而不可及也.
(진이불가어자 충기허야 퇴이불가추자 속이불가급야)

故我欲戰, 敵雖高壘深溝, 不得不與我戰者, 攻其所必救也.
(고아욕전 적수고루심구 부득불여아전자 공기소필구야)

我不欲戰, 雖劃地而守之, 敵不得與我戰者, 乖其所之也.
(아불욕전 수획지이수지 적부득여아전자 괴기소지야)

 

해설
천 리를 가도 피곤하지 않은 이유는 아무도 없는 곳, 즉 장애물이 없는 곳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공격해서 반드시 승리하는 이유는 상대가 방비하지 않은 곳을 쳤기 때문이다.
방어가 확실한 경우는 적이 침공하지 않을 곳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을 잘하는 자는 적으로 하여금 어디를 방어해야 할지 혼란스럽게 하고, 방어를 잘하는 자는 적이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이처럼 전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준까지 미묘하고 소리조차 없는 경지에 이르면 적의 운명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

 

또한 내가 진격할 때 적이 방어하지 못하는 이유는 적의 허를 찌르기 때문이고, 내가 물러날 때 적이 추격하지 못하는 이유는 속도에서 이미 따돌렸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싸우고자 할 때 적이 성을 높이 쌓고 해자를 파더라도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나서는 이유는 그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지점을 내가 공격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싸우고 싶지 않을 때는 그냥 선만 그어도 적은 싸움을 걸 수 없다. 그들이 예측하고 있던 계획을 미리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2. 현대적 해석

이 구절은 ‘전략의 본질은 유연성과 기민함’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정면 돌파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허점을 파악하고 그 틈을 공략하는 능력입니다.

‘허’는 비어 있음, 준비되지 않음, 예측하지 못한 공간입니다. 이와 반대로 ‘실’은 집중된 병력, 강한 방어, 주된 관심지점입니다. 손자는 이 둘의 차이를 교묘히 활용해 전략을 짭니다.
오늘날로 따져 보면 정보와 심리의 싸움입니다. 기업 간의 경쟁, 정치 전략, 또는 인간관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어디를 집중하고 있는지 감추고, 상대의 관심을 분산시키며, 예측 불가능한 시점에 움직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전략입니다.

또한 속도 역시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내가 빠르면 상대가 따라오지 못하고, 내가 원할 때 싸우고 원하지 않을 땐 싸움을 피할 수 있는 주도권이 생깁니다. 디지털 시대의 ‘속도 우위’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3. 예시

1) 비즈니스 전략
한 스타트업이 강력한 대기업과 경쟁할 때, 동일한 시장에서 정면으로 부딪히기보다 틈새 시장을 공략하거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고객을 끌어들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대기업이 B2B에 집중하고 있다면, 스타트업은 같은 기술을 B2C에 적용해 빠르게 성장하는 전략을 씁니다. 이는 바로 ‘적이 지키지 않는 곳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2) 일상 속 대인 관계
직장 내에서 누군가와 갈등이 있을 때, 정면으로 다투기보다는 상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인정하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조용히 움직이면 오히려 주도권을 잡을 수 있죠. 이 역시 ‘무형과 무성의 전략’입니다.

3) 운동 경기 전략
축구나 농구 등에서 약팀이 강팀을 이기기 위해 수비를 두껍게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빠르게 역습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적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곳을 공격하는 것’과 동시에, ‘빠른 움직임으로 쫓기지 않게 만드는 것’과 일치합니다.


마무리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전투 속에 살아갑니다. 회사에서의 프레젠테이션, 중요한 면접, 아이와의 갈등, 친구와의 오해, 또는 스스로의 불안과 싸우는 시간까지—이 모두가 삶이라는 전장에서 벌어지는 작고도 깊은 전투입니다. 그런데 그 싸움은 언제나 정면 돌파로 이겨내야만 할까요?

손자병법 <허실편> 2편은 우리가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길이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상대가 지키지 않는 곳을 보고, 내가 지킬 필요가 없는 곳은 과감히 비우는 지혜. 예측 가능함을 거두고,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유연함. 그리고 빠르게 결정하고 기민하게 움직여 상대보다 먼저 흐름을 읽는 능력. 이 모든 것이 곧 ‘허실(虛實)’을 꿰뚫는 전략입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이 노출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SNS로 감정을 드러내고 빠른 판단과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받으며, 늘 '보여지는 나'에 신경 씁니다. 그러나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강력한 전략이 됩니다. 침묵이 가장 강한 메시지가 되기도 하고, 한 발 물러남이 오히려 승리를 이끄는 길이 되기도 하니까요.

<허실편>의 메시지는 단순히 전쟁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 언제 움직일 것인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감출 것인가. 이 모든 것이 전략이고, 지혜이며, 결국엔 인간다운 삶의 기술입니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앞만 보고 달릴 때, 허를 이해하고 실을 채울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손자의 지혜는 오늘 우리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넓게 바라보게 해줍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허실 전략’을 만들어가며, 삶이라는 전장을 더욱 슬기롭고 당당하게 걸어가시기를 바랍니다.

 

 

2025.04.17 - [손자병법] - [손자병법 허실편 1] ‘허’를 유도하고, ‘실’을 조종하라

 

[손자병법 허실편 1] ‘허’를 유도하고, ‘실’을 조종하라

목차▣ 들어가는 말: 전장을 지배하는 자, 흐름을 지배하라▣ 본문: 원문과 해설, 현대적 해석, 그리고 실전 예시▣ 마무리: 움직임을 만들고 반응을 끌어내라▣ 들어가는 말: 전장을 지배하는

moonjaseup.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