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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집

[추구집 1] 사계절의 조화 속 자연과 삶을 배우다

by 문자의 숲 2025. 6. 3.
목차

▣ 들어가는 말: ‘지금 여기’에서 고전을 만나는 법


▣ 본문


▣ 마무리: 삶은 시처럼, 사계절처럼 흐른다

[추구집 1] 사계절의 조화 속 자연과 삶을 배우다
사계절의 조화 속 자연과 삶을 배우다


▣ 들어가는 말: ‘지금 여기’에서 고전을 만나는 법

누군가는 고전을 ‘먼 옛날 이야기’라 여깁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자연의 풍경 — 봄의 벚꽃, 여름의 초록잎, 가을의 노란 들국화, 겨울의 첫눈 — 이 풍경들은 수백 년 전 조상들도 똑같이 보며 느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담은 글이 바로 고전입니다. 말하자면 고전은 시간을 건너온 편지인 셈입니다.

『추구집(推句集)』은 바로 그런 편지 중 하나입니다. 짧은 문장 속에 계절의 흐름을 담고, 자연의 원리를 노래하면서도 우리 삶의 모습까지 비추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연과 인간, 옛글과 오늘의 마음을 연결해주는 이야기들을 함께 사유하고 성찰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과거를 알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조선시대 고전인 『추구집(推句集)』의 첫 번째 편을 함께 읽고 해석해보려 합니다. ‘추구(推句)’란 본받을 만한 구절을 뽑았다는 뜻으로, 단순히 고전의 경구가 아니라 시문화된 5언절구로써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살아 있는 듯한 민족의 혼이 깃들여 있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해석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 관점에서 고전의 통찰을 되새기며, 깊이 있는 감상과 실용적 성찰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본문

1. 원문과 해석 – 『추구집 1편』의 계절시

天高日月明(천고일월명)
하늘은 높고 해와 달은 밝고.
地厚草木生(지후초목생)
대지는 두텁고 풀과 나무는 잘 자라도다.
春來梨花白(춘래이화백)
봄이 오니 배나무꽃은 하얗게 피었고,
夏至樹葉靑(하지수엽청)
여름이 오니 나뭇잎이 푸르도다.
秋凉國黃發(추량국황발)
서늘한 가을이 오면 국화가 만발하고,
冬寒白雪來(동한백설래)
추운 겨울이 오니 흰 눈이 내리도다.
月出天開眼(월출천개안)
달이 뜨니 하늘은 눈을 뜬 것 같고,
山高地擧頭(산고지거두)
산이 높으니 땅은 머리를 든 것 같도다.

 

이처럼 짧고 운율 있는 구절들은 자연의 사계를 찬미하면서도, 인간 삶의 리듬과 연결된 통찰을 품고 있습니다.


2. 현대적 해설 – 사계절 속 일상, 그 속에서 피어나는 지혜

『추구집』 1편은 사계절을 따라 흘러가는 자연의 모습을 정갈하고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기울여 읽다 보면, 이 글이 단순한 계절 묘사를 넘어서 삶의 순환과 이치를 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봄이 오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도 시작은 있다

"春來梨花白 – 봄이 오니 배나무꽃은 하얗게 피었고"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사랑을 시작하거나, 마음을 새롭게 먹는 일들 말이죠. 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꽃이 피듯이, 우리도 어느 순간 문득 다시 피어날 수 있습니다. 고전은 말해줍니다. "지금 당신이 피어나도 늦지 않았다"라고.

■ 여름의 푸르름은 삶의 열정을 닮았다

"夏至樹葉靑 – 여름이 오니 나뭇잎이 푸르도다"

무더위 속에서도 나뭇잎은 더 푸르게 자랍니다. 마치 우리 삶에서 바쁘고 치열한 순간들이 오히려 성장의 시기이듯이요. 고전은 묻습니다. "지금 힘들다고 느껴지는 시간, 그것도 자라는 시간 아닐까?"

■ 가을은 내려놓음과 성숙의 계절

"秋凉國黃發 – 서늘한 가을이 오면 국화가 만발하고"

가을은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진한 아름다움이 있는 시기죠. 성숙한 관계, 경험, 삶의 깊이가 하나둘씩 드러나는 계절. 고전은 조용히 말합니다. "조급해하지 마라. 성숙은 천천히 오는 법이다."

■ 겨울은 멈춤이 아닌 준비의 시간

"冬寒白雪來 – 추운 겨울이 오니 흰 눈이 내리도다"

겨울은 쉬는 계절이 아닙니다. 눈 속에서도 땅은 다음 봄을 준비하죠. 우리도 그렇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실은 가장 중요한 전환의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고전은 속삭입니다. "지금의 고요는 새로운 시작의 전주곡이다."

■ 자연은 거울이자 스승이다

"月出天開眼 – 달이 뜨니 하늘은 눈을 뜬 것 같고
山高地擧頭 – 산이 높으니 땅은 머리를 든 것 같도다"

자연은 늘 우리보다 먼저 배우고, 먼저 살아갑니다. 우리는 자연을 통해 겸손과 경외, 그리고 삶의 리듬을 배울 수 있습니다. 『추구집』은 단순한 자연시가 아니라 ‘자연이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고스란히 담아낸 교과서입니다.

이렇듯 고전은 결국 ‘지금 여기’에 사는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조선의 시인이 남긴 한 구절이 지금 내 삶에 정확히 들어맞을 때, 우리는 고전과 하나가 됩니다. 그것이 진정한 고전의 힘입니다.


3. 추구집 학습자료 다운로드 – 고전 필사와 학습을 함께

직접 따라 써보며 고전을 배우고 싶으신가요?
아래 링크에서 『추구집 1편』의 필사본 및 학습자료 PDF를 무료로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추구집 - 필사 1.pdf
0.22MB

추구집 - 학습 1.pdf
0.22MB

 

이 자료는 문자의 숲 블로그에서 제공하며, 고전 교육과 한문 실력을 함께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마무리: 삶은 시처럼, 사계절처럼 흐른다

살아보면 알게 됩니다. 우리의 삶도 계절을 닮았다는 것을요. 새롭게 피어나는 , 바쁘고 뜨거운 여름, 수확과 여운의 가을, 그리고 침묵의 겨울. 이 흐름은 자연의 질서이자, 우리의 삶 그 자체입니다.

『추구집』은 이 흐름을 아주 단정한 문장들로 보여줍니다. 한 문장씩 읽다 보면 마음속에 조용한 파문이 일고, 어느새 ‘나의 이야기’로 들리기 시작합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계절을 지나고 계신가요? 어떤 생각과 감정을 품고 계신가요?

『추구집』은 말합니다.
“삶이 비바람 치더라도, 자연처럼 당신도 다시 피어나리라.”
이 조용한 고전의 속삭임이 오늘 하루를 살아갈 당신에게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