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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학습 및 일반상식

권근과 『주옹설』: 철학과 삶의 균형

by 문자의 숲 2025. 3. 25.

권근과 『주옹설』: 철학과 삶의 균형

목차

1. 『주옹설(舟翁說)』이란 무엇인가?

 

2. 『주옹설』의 줄거리와 핵심 내용

 

3. 『주옹설』이 주는 현대적 교훈

 

4. 마무리: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자세

세상의 변화와 풍랑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지혜


1. 『주옹설(舟翁說)』이란 무엇인가?

조선의 건국은 단순한 왕조의 교체가 아니라, 유교적 이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가 질서를 정립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격변 속에서 학문적·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학자가 바로 권근(權近, 1352~1409)입니다. 그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걸쳐 성리학을 연구하며 새로운 국가 체제를 정립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한 그의 학문은 단순한 이론적 탐구에 그치지 않고, 인간 삶의 본질과 태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었습니다.

 

『주옹설(舟翁說)』은 고려 말 조선 초의 학자인 권근이 지은 철학적 우화입니다. 제목을 풀이하면 ‘배의 주인에 대한 이야기’라는 뜻으로, 물 위에서 배를 타고 사는 한 노인의 삶과 철학을 다룬 작품입니다. 여기서 ‘주옹(舟翁)’은 배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노인을 뜻하며, 그는 세상의 변화와 풍랑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지혜를 상징합니다.

 

권근은 『주옹설』을 통해 삶의 본질과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합니다. 배 위에서 살아가는 주옹과 그를 찾아온 손(客)의 대화를 통해,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또한, 안락함에 젖어 방심하면 도리어 위기를 맞이할 수 있음을 경고하며, 항상 경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전합니다.

 

권근은 조선 초기 성리학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학자로, 그의 사상은 단순한 학문적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 정치와 인간 삶의 본질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옹설』 역시 단순한 우화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관계, 삶의 태도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2. 『주옹설』의 줄거리와 핵심 내용

『주옹설』은 배 위에서 살아가는 주옹(舟翁)과 그를 찾아온 손(客)의 대화를 통해 인생의 태도와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손이 주옹에게 묻다

客有問舟翁曰。
子之居舟也。
以爲漁也則無鉤。
以爲商也則無貨。

손이 주옹에게 물었다.
‘그대는 배 위에서 사는데,
고기를 잡는 것도 아니고,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며,

以爲津之吏也則中流而無所往來。
泛一葉於不測。凌萬頃之無涯。

나루터 관리도 하지 않는다.
물 한가운데서 떠돌며 조각배 하나로
끝없는 바다를 헤매고 있구려.


손은 주옹의 삶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주옹이 어떤 수입도 없이 불확실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을 위험하고 불안정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배 위에서 살아가면서도 물고기를 잡지도 않고, 장사도 하지 않으며, 정해진 역할도 수행하지 않는 그를 이상하게 여긴 것입니다.


주옹이 답하다

翁曰。
噫噫。客不之思耶。
夫人之心 操舍無常。

(주옹이 말하였다.
‘아아, 그대는 이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인간의 마음이란 잡고 놓음이 일정하지 않소.)

履平陸則泰以肆。
處險境則慄以惶。

(평탄한 땅을 밟으면 태연하여 방심하고,
험난한 상황에 처하면 두려워하여 조심하게 되오.)

주옹은 인간의 본성이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편안한 환경에서는 안일함에 빠지지만, 위험한 상황에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차라리 위험한 곳에서 항상 경계하며 사는 것이, 편안함 속에서 나태해지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합니다.

 

況吾舟也浮游無定形。
苟有偏重。其勢必傾。

더욱이 나의 배는 일정한 형상이 없이 떠다니는 것이니,
만약 한쪽으로 치우치면 반드시 기울어지오.

吾守其滿 中持其衡。
然後不欹不側
以守吾舟之平。

나는 항상 균형을 유지하며 중심을 잡고 있소.
그러면 기울어지지도, 뒤집히지도 않으며,
내 배의 평형을 지킬 수 있소.


그는 삶을 배에 비유하며, 균형과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세상의 변화와 풍파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주옹의 노래

渺江海兮悠悠。
泛虛舟兮中流。

넓고 넓은 강과 바다여, 유유히 흘러가누나.
빈 배를 띄워 강물 한가운데를 떠다니네.

載明月兮獨往。
聊卒歲以優游。

밝은 달을 싣고 홀로 떠나가니,
한가로이 세월을 보내리라.

마지막으로, 주옹은 스스로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자연 속에서 한가로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라고 노래합니다.


3. 『주옹설』이 주는 현대적 교훈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주옹설』이 주는 교훈을 현대적으로 적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사회적·경제적 변화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외부 환경이 요동치더라도, 자신의 중심을 잡고 균형을 유지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2. 편안함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안락한 환경 속에서는 경계심이 흐려지고, 결국 위기가 닥쳤을 때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일정한 긴장감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3.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가치
    주옹이 빈 배에 몸을 싣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현대인이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여유와 균형을 상기시켜 줍니다.

4. 마무리: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자세

『주옹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우화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삶의 태도에 대한 깊은 성찰이자, 우리가 살아가면서 반드시 새겨야 할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주옹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의 불확실성을 직시하고,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예상치 못한 위기와 도전이 끊임없이 찾아옵니다. 많은 사람들은 편안함과 안정만을 추구하다가 불현듯 닥쳐오는 위기에 휘청거리곤 합니다. 하지만 주옹의 말처럼, 우리는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쉽게 안주하고 나태해지기보다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변화에 대비하며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삶의 방식일 것입니다.

 

또한 『주옹설』은 단순히 개인의 태도에 대한 교훈을 넘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의 관계에 대한 깊은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주옹이 빈 배를 띄우고 한가로이 떠다니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우리가 바쁜 현대 생활 속에서 잊고 있는 여유와 균형을 떠올리게 합니다. 기술과 문명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추구하고 있지만, 때로는 주옹처럼 자연 속에서 홀로 사색하며 본질적인 삶의 가치를 되새겨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주옹설』이 전하는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하여 유효합니다. 고려 말과 조선 초의 격변기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 했던 권근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까요? 주옹처럼 균형을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삶을 항해할 것인가, 아니면 안일함에 빠져 예기치 못한 풍랑에 휩쓸릴 것인가? 그 선택은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

 

끝으로, 이 글을 읽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주옹설』의 교훈이 오늘날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