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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非吟(시비음)」을 읽으며 – 옳고 그름을 넘어 바라보는 높은 시선

by moonjaseup 2025. 4. 9.
목차

들어가는 말: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요?


시 원문과 번역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시비음의 지혜’


마무리: 옳고 그름의 너머를 보는 사람

옳고 그름을 넘어 바라보는 높은 시선
옳고 그름을 넘어 바라보는 높은 시선


들어가는 말: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요?

살다 보면 우리는 수도 없이 ‘판단’을 하게 됩니다.
학교나 직장에서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기도 하고, 뉴스에서 어떤 사건을 두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가까운 친구나 가족 사이에서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맞다’, ‘틀리다’를 나누려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옳은 태도일까요?
그 ‘판단’이 진정 진실에 가까운 것일까요?
이처럼 인간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의문을 던지는 시 한 편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시대 중기의 문인 허후(許厚, 1588~1661)가 지은 「是非吟(시비음)」입니다.


시 원문과 번역

是非眞是是還非 不必隨波强是非
却忘是非高着眼 方能是是又非非

시비진시시환비 불필수파강시비
각망시비고착안 방능시시우비비

옳은 것이 진정 옳은 것이 아니고, 옳은 것이 또 아닐 수 있네.
반드시 물결처럼 억지로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는 없네.
옳고 그름을 잠시 잊고, 눈을 높은 곳에 두어야
비로소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할 수 있네.

 

 

▣ 현대적 해석과 교훈: 옳고 그름에 집착하지 말고, 시선을 높이라

허후는 이 시를 통해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권합니다.
‘이게 맞다’고 생각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거나, 처음엔 틀린 줄 알았던 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옳았음을 알게 되는 경험, 우리 모두 한두 번쯤은 있지 않았나요?

그렇기에 허후는 말합니다.

물결처럼 흔들리는 여론이나 감정에 따라 ‘강하게’ 옳고 그름을 단정짓지 말 것.
잠시 그 판단을 멈추고,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볼 것.

 

바로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옳은 것은 무엇이고, 진짜 그른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시비음의 지혜’

1. 갈등 상황에서 ‘판단 유보’의 태도 갖기

직장이나 인간관계에서 오해가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지기보다 한 발 물러나 상황을 전체적으로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高着眼(고착안)”, 시야를 높이는 태도입니다.

2. SNS나 커뮤니티 여론에 휩쓸리지 않기

요즘처럼 자극적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에는 ‘随波(수파, 물결 따라가기)’가 너무 쉽습니다.
하지만 허후는 그것을 경계합니다. 진실은 소란 속에서 드러나지 않습니다.

3. 내 안의 옳고 그름 판단도 의심해보기

내가 ‘옳다’고 믿는 생각이 과연 언제나 절대적인 진실일까요?
어쩌면 내 경험, 상처, 고정관념이 만든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를 성찰하는 용기, 그것이 바로 시인의 지혜입니다.


마무리: 옳고 그름의 너머를 보는 사람

「是非吟」은 단순히 '판단을 보류하라'는 시가 아닙니다.
그 너머에 담긴 철학은 이렇습니다.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그 옳고 그름이, 정말 진실의 전부인가?"

 

우리는 너무 자주 판단하고, 너무 쉽게 단정짓습니다.
하지만 진짜 지혜로운 사람은 그 순간에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며, 높은 시야에서 전체의 흐름을 읽는 사람입니다.

오늘 하루 허후의 시처럼 잠시 옳고 그름의 잣대를 내려놓고 마음의 눈을 조금 더 위로 들어 올려보세요.
그곳엔 분명히 보이지 않던 넓은 세상과 더 깊은 진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