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이 말한 덕의 리더십

▣ 들어가는 말: 목민심서 선화편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힘일까요, 제도일까요, 아니면 법일까요.
많은 시대가 권력과 통제를 통해 질서를 세우려 했지만,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은 전혀 다른 답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사람을 다스리는 가장 깊은 힘은 덕(德)이다.”
그 사상이 담긴 책이 바로 목민심서입니다. 이 책은 지방 행정을 맡은 수령이 어떻게 백성을 다스려야 하는지를 기록한 행정 지침서이자, 동시에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철학서이기도 합니다.
오늘 살펴볼 봉공육조(奉公六條) 중 첫 번째 ‘선화편(宣化篇)’은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통치는 명령으로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이해로 이루어지는가?”
다산의 대답은 분명합니다.
통치는 명령을 전달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뜻을 설명하고, 백성이 이해하도록 돕고, 그 속에 담긴 덕을 함께 나누는 것.
바로 그것이 ‘선화(宣化)’입니다.
오늘 글에서는 선화편을 통해 다음을 함께 생각해 보려 합니다.
- 리더가 전달해야 하는 것은 명령인가, 의미인가
- 공동체가 권위를 존중하게 만드는 진짜 방법은 무엇인가
- 우리가 살아가는 조직과 사회에서 ‘덕으로 교화하는 리더십’은 어떻게 가능할까
고전은 오래되었지만 질문은 여전히 새롭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우리 자신의 삶으로 돌아옵니다.
▣ 본문
1. 원문과 해석 │ 덕으로 교화하는 행정의 원칙
선화(宣化)
郡守縣令, 本所以承流宣化, 今唯監可, 謂有是責 非也.
군수현령, 본소이승류선화, 금유감사, 위유시책 비야.
군수와 현령은 본래 임금의 뜻을 이어 백성을 교화하는 자리인데,
지금은 오직 감사만 그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綸音到縣, 宜聚集黎民, 親口宣論, 俾知德意.
윤음도현, 의취집여민, 친구선유, 비지덕의.
임금의 명령이 고을에 도착하면 백성들을 모아 직접 설명하여,
임금의 뜻과 은덕을 알게 해야 한다.
敎文赦文到縣, 亦宜撮其事實, 宣諭下民, 俾各知悉.
교문사문도현, 역의촬기사실, 선유하민, 비각지실.
임금의 교서나 사면 문서가 내려오면 요점을 정리해
백성들에게 알려 모두가 그 내용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凡望賀之禮, 宜肅穆致敬, 使百姓, 知朝延之尊.
범망하지례 의숙목치경 사백성, 지조정지존.
망하례를 행할 때는 엄숙하고 공경스럽게 하여
백성들이 조정의 존엄함을 알도록 해야 한다.
望慰之禮, 一遵儀注, 面古禮不可以不講也.
망위지례, 일준의주, 면고레불가이불강야.
망위례는 반드시 국가의 의식 절차를 따르며,
옛 예법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國忌廢事不用刑, 不用樂 皆如法例.
국기폐사불용형, 불용악 개여법례.
나라의 기일에는 공무를 멈추고
형벌과 음악을 사용하지 않으며 모두 법례에 따라야 한다.
朝令所降民心弗悅, 不可以奉行者 宜移疾去官.
조령소강민심불열, 불가이봉행자 의이질거관.
조정의 명령이 백성의 마음에 받아들여지지 않아 시행할 수 없다면
차라리 병을 핑계로 벼슬을 내려놓아야 한다.
璽書遠降牧之榮也, 責論時至 牧之懼也.
새서원강목지영야, 책유시지 목지구야.
임금의 교서가 내려오는 것은 수령의 영광이며,
책망의 글이 내려오는 것은 수령이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 승류(承流) : 백성들에게 교화.
- 선화(宣化) : 임금의 덕화를 널리 폄.
- 윤음(綸音) : 임금의 말씀.
- 취집(聚集) : 한데 모아들임.
- 교문(敎文) : 임금의 명령을 적은 글.
- 여민(黎民) : 일반 백성. 서민.
- 친구(親口) : 자기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것.
- 선유(宣諭) : 지나날, 임금의 가르침을 널리 공포하던 일.
- 덕의(德意) : 임금의 어진 뜻.
- 교문(敎文) : 임금이 내리는 글.
- 사문(赦文) : 죄를 사면할 때 임금이 내리는 글.
- 촬기사실(撮其事實) : 사실의 요점을 따는 것.
- 비각지실(비各知悉) : 각각 알게 하는 것.
- 망하지례(望賀之禮) : 명절에 수령이 임금이 계신 대궐을 바라보고 행하는 예.
- 숙목(肅穆) 치경(致敬) : 엄숙하고 화평하고 경건함.
- 망위지례(望慰之禮) : 대궐을 향하여 행하는 예.
- 의주(儀注) : 나라의 의식 절차를 적은 것.
- 국기(國忌) : 나라의 기일.
- 폐사(廢事) : 일을 그만두는 것.
- 불열(弗悅) : 기뻐하지 않음.
- 이질(移疾) : 병을 핑계함.
- 거관(去官) : 벼슬을 버림.
- 새서(璽書) : 임금의 명령을 적은 글.
- 원강(遠降) : 멀리 내려옴.
- 책유(責諭) : 책망하는 글.
- 시지(時至) : 가끔 이르는 것.
2. 현대적 해설 │ 리더는 ‘명령 전달자’가 아니라 ‘의미 전달자’다
① 리더의 역할은 명령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것이다
다산은 매우 중요한 행정 원칙을 말합니다.
“임금의 명령이 내려오면 직접 설명하라.”
왜일까요?
명령은 이해되지 않으면 권력이 되지만
설명되면 공감이 됩니다.
오늘날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 정책은 있지만 설명이 없고
- 규칙은 있지만 이유가 없고
- 변화는 있지만 소통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명령에 따르지만 마음으로는 따르지 않습니다.
선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리더는 명령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미를 번역하는 사람입니다.
② 권위는 강요가 아니라 존중에서 만들어진다
선화편에는 의례에 대한 내용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망하례, 망위례, 국기일 의식.
이것은 단순한 형식이 아닙니다.
다산이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공동체는 존중을 통해 질서를 배운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 조직이 가치를 존중하면 구성원이 그 가치를 따르고
- 사회가 법을 존중하면 시민도 법을 존중합니다
권위는 강압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권위는 존중 속에서 자랍니다.
③ 리더십의 마지막 기준은 ‘양심’이다
선화편의 가장 강렬한 문장은 이것입니다.
“백성이 기뻐하지 않아 시행할 수 없다면
차라리 벼슬을 그만두어라.”
이 말은 단순한 행정 지침이 아닙니다.
이것은 리더의 양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날에도 같은 질문이 남습니다.
- 내가 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 조직의 정책은 공동체에 정당한가
- 나는 권력을 위해 일하는가, 사람을 위해 일하는가
다산은 말합니다.
리더십의 마지막 기준은 제도가 아니라 양심이다.
3. 목민심서 선화편 실천 방법 │ 현대 사회에서 실천하는 ‘덕의 리더십’
1️⃣ 설명하는 리더가 되기
결정을 내릴 때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먼저 설명하기.
2️⃣ 공동체의 가치를 존중하기
조직의 규칙과 문화는
단순한 규정이 아니라 공동체의 약속입니다.
3️⃣ 권위보다 신뢰 만들기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직위가 아니라 신뢰입니다.
4️⃣ 정책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기
제도는 사람을 위해 존재합니다.
5️⃣ 양심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합법과 정당함은 항상 같지 않습니다.
마지막 기준은 결국 양심입니다.
▣ 마무리: 덕으로 다스린다는 것
우리는 종종 통치와 리더십을 힘의 문제로 생각합니다.
누가 더 강한가.
누가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
하지만 목민심서 선화편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권력이 아니라 덕이라고.
덕이 있는 리더는 명령을 설명하고,
가치를 존중하고,
공동체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억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따르게 됩니다.
고전의 문장은 짧지만 그 안에는 깊은 통찰이 있습니다.
다산이 남긴 질문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나는 지금 사람을 지시하고 있는가,
아니면 사람을 이해시키고 있는가.
리더십의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 길은 언제나
덕을 먼저 세우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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