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첫날,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정약용이 말한 리더의 첫 번째 조건”
![[목민심서 부임육조 제배] 부임 첫날, 왜 청렴이 모든 행정의 출발점인가](https://blog.kakaocdn.net/dna/baarJI/dJMcaibipDf/AAAAAAAAAAAAAAAAAAAAAMURqxlF1FkgNRrTB_h_-_AZDTasCmNzBMqsPEM-ZbJd/img.pn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8283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2FDA6ndD9ag3N9Vdvm214kgaw7yE%3D)
▣ 들어가는 말: ‘처음’이 삶의 방향을 정한다
새로운 자리에 부임하는 날,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문을 열어야 할까요.
승진, 발령, 이직, 혹은 작은 조직의 리더가 되는 순간까지. 시작은 늘 설렘과 기대를 동반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유혹도 함께 찾아옵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함, ‘관례니까’라는 타협, ‘나도 수고했으니’라는 자기 합리화 말입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집필한 《목민심서》는 바로 그 ‘처음의 마음’을 묻는 책입니다. 지방 수령으로 부임하는 관리에게 백성을 다스리는 구체적인 원칙을 제시한 행정 지침서이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는 더 넓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부임육조(赴任六條)는 수령이 임지에 부임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여섯 가지 원칙입니다. 그 첫 조항은 놀랍도록 단호합니다.
“목민의 관직은 구해서는 안 된다.”
왜 정약용은 시작부터 ‘구하지 말라’고 했을까요?
오늘 우리는 이 질문 속에서, 권한과 책임, 청렴과 리더십의 본질을 함께 되짚어보려 합니다.
▣ 본문
1. 원문과 해석 (청렴의 출발점)
🔷제배(除拜)
原文 他官可求 牧民之官 不可求也. 除拜之初 財不可濫施也.
타관가구 목민지관 불가구야. 재배지초 재불가람시야
邸報下送之初 其可省弊者 省之. 新迎刷馬之錢 旣受公賜,
저보하송지초 기가생폐자 생지. 신영쇄마지전 기수공사,
又收民賦, 是匿君之惠 而掠民財 不可爲也.
우수민부, 시익군지혜 이략민재 불가위야.
다른 관직은 구할 수 있으나, 백성을 다스리는 관직은 스스로 구해서는 안 된다.
임명받은 처음부터 재물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저보(임명 소식)를 내려보내는 처음부터 줄일 수 있는 폐단은 줄여야 한다.
신임 수령을 맞이하며 말값 명목으로 이미 나라에서 내려준 비용이 있는데,
또다시 백성에게 세금을 거두는 것은 임금의 은혜를 숨기고
백성의 재물을 빼앗는 것이니,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이 짧은 문장에는 《목민심서》의 정신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첫째, 권력을 탐하지 말 것.
둘째, 부임 첫날부터 절제할 것.
셋째, 백성에게 이중 부담을 지우지 말 것.
정약용은 단순히 청렴을 강조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구조적 폐단을 정확히 보았습니다. 당시 지방 수령들은 부임 과정에서 각종 명목의 비용을 백성에게 전가하곤 했습니다. ‘관례’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 착취였습니다.
정약용은 말합니다.
관례가 정의가 될 수는 없다.
2. 현대적 해설 — 오늘 우리의 리더십에 묻다
1) 왜 “구하지 말라”라고 했을까?
‘목민지관 불가구야(牧民之官 不可求也).’
백성을 다스리는 자리는 명예가 아니라 사명이라는 뜻입니다.
권력을 얻기 위해 애쓰는 순간, 이미 마음은 사익에 기울기 쉽습니다.
오늘날 기업의 리더, 공직자, 교사, 팀장, 부모까지.
누군가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이 문장은 유효합니다.
직함을 얻으려는가, 책임을 감당하려는가?
이 질문은 지금도 유효한 리더십의 본질입니다.
2) “처음부터 재물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의미
정약용은 부임 초기의 태도를 유독 강조합니다.
왜일까요?
첫인상은 문화가 되고,
첫 관행은 전통이 되며,
첫 타협은 기준을 무너뜨립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에 허용한 작은 특혜는 시간이 지나 구조적 부패가 됩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한 번의 선택이 신뢰를 잃는 출발점이 됩니다.
리더십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첫 지출 내역에서 드러납니다.
3) 이중 부담을 지우지 말라 — 공정의 핵심
이미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았는데, 또다시 백성에게 돈을 걷는 행위.
정약용은 이를 “임금의 은혜를 숨기고 백성의 재물을 빼앗는 것”이라 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 예산이 있는데도 추가 비용을 전가하는 행정
- 회사 지원이 있는데도 구성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조직
- 부모의 지원을 숨기고 자녀에게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는 모습
이 모든 상황에 적용됩니다.
공정은 ‘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숨기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3. 목민심서 실천 방법 — 부임 첫날의 태도를 일상에 적용하기
1) 권한을 구하기보다, 준비를 점검하라
- 나는 이 자리를 왜 원하는가?
- 이 자리에서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하는가?
- 나의 결정은 누구에게 영향을 주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방향은 달라집니다.
2) ‘첫날의 원칙’을 문서로 남겨라
조직이든 개인이든,
처음 정한 기준을 기록해 두십시오.
- 비용 집행 기준
- 의사결정 원칙
- 이해관계자에 대한 약속
원칙은 기억보다 기록이 강합니다.
3) 숨기지 않는 구조 만들기
- 재정은 투명하게 공개하기
- 의사결정 과정 공유하기
- 지원과 혜택을 명확히 알리기
신뢰는 능력에서 생기지 않습니다.
투명성에서 생깁니다.
▣ 마무리: 부임 첫날,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목민심서》는 오래된 행정 지침서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질문은 여전히 날카롭습니다.
우리는 왜 그 자리를 원하는가?
그 자리는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정약용은 거창한 개혁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바로 서라.”
부임 첫날의 태도가
한 사람의 명예를 만들고,
한 조직의 문화를 만들고,
한 시대의 신뢰를 만듭니다.
고전은 짧지만, 울림은 깊습니다.
그 간결한 문장 속에서 우리는 삶의 방향을 다시 묻게 됩니다.
오늘, 당신의 ‘부임 첫날’은 언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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